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격화로 중동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때론 먼저 싸워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주목된다. 그는 이날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로 출국하기 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면서도 ‘이스라엘 방어를 위한 지원 계속’ 방침을 분명히 했다. 중동 사태에 ‘미국의 더 깊은 개입’을 뜻한 발언일 수 있으나 이란 최고지도자(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제거 계획 관련해선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로이터통신에서 이스라엘 측이 이란 신정 체제의 초헌법적 존재인 최고지도자 제거 기회를 (미국에) 알렸으나 거부 당했다는 기사를 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고위당국자가 “이란이 미국인을 살해했나? 그러기 전엔 논의 밖”으로 이 문제를 전망했다는 것이다. 2020년 첫 임기 때 트럼프가 직접 나와 가셈 솔레이마니 표적 살해 성공을 공표했던 사실과 대비된다. 이란 정규군보다 높은 위상의 혁명수비대 산하 정예부대(쿠드스군)를 이끌던 솔레이마니의 경우, 여러 차례 미군 살상 작전을 주도한 인물이었기에 미국우선주의 차원에서 제거 명분이 있었던 셈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이날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이란 최고지도자 표적 암살 이야기가 나왔다. 진행자의 관련 질문에 네타냐후는 마치 부인하듯 “허위 보도가 너무 많다”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우리 필요한 일은 한다. 그건 말할 수 있다. 미국 역시 미국에 뭐가 좋은지 알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자신감은 최근 이스라엘 내 대이란 전쟁 지지 여론이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다. 이란의 보복 공습과 사상자 속출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대이란 군사작전이 국가안보에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넓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15일자 더타임스는 이란의 미사일 보복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텔아비브 남쪽 바트 얌에서조차 이런 경향이 뚜렷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와 이타마르 벤그비르 안보장관은 폭격 현장을 찾았다가 군중에 둘러싸여 영웅 칭송을 받았다. 하마스 기습에 따른 참사와 이후 1년 반 넘게 이어진 전쟁으로 네타냐후 책임론이 쏟아졌으며 작년 9월 수도 텔아비브에 100만 명 운집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 등 반전 여론 또한 거셌다.
다만 전쟁을 멈추면 시온주의자들 이탈로 연립정부 붕괴가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조기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정권을 잃으면 부패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던 네타냐후에게 큰 반전이 일어났다. 이란 보복 공격의 피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가 국가 존망이 걸린 전투 중임을 이제 국민 모두 이해한다. 이란 핵 미사일이 우리 도시에 떨어질 것을 생각해보라”는 그의 연설에 군중 대다수가 지지를 표했다. 현지 주민들로부터 “이란 폭격을 한 달 더 기다렸다면 우리 다 끝장 났을 것” “네타냐후처럼 이란과 전쟁할 배짱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13일 이스라엘은 ‘이란 핵무기 완성이 문턱에 도달했다’며 선제타격을 단행했다. 이란의 보복과 맞대응 속에 전쟁 위기가 격화했으나 이란이 강한 어조 만큼 실질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45년째 제재 아래 놓인 이란 경제가 한계에 달했으며 그 대리 세력들(헤즈볼라·하마스·후티반군)도 한풀 꺾인 상태다. 워싱턴포스트(WP)에선 최근 더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란을 직접적 위협이자 응징해야 할 대상으로 공감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짚었다. 이란이 지원한 하마스에 기습 당한 후 이런 분위기가 확산했으나 구체적 조치의 방식에 의견이 분분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네타냐후 지지는 아니어도 국가 비상사태 앞에 결집 중”이라고 WP에선 진단했다. 네타냐후가 하마스 기습 허용과 가자전쟁 장기화 등의 오명을 씻을 기로에 섰다고들 한다. 네타냐후의 정적인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마저 전날 엑스(옛 트위터)에 “이스라엘이 핵무장 이란으로부터 세계를 구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제1야당 예시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까지 엑스에서 이란의 잔혹한 공세에 맞서 단결할 것을 외쳤다. 심지어 현지 싱크탱크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 요하난 플레스너 소장은 WP에 “탄도미사일 수백발이 인구 밀집지에 날아들고 전투기 조종사 수백명 목숨이 위태로운 동원 상태”인 현재를 “중동과 국가의 역사적 행로가 바뀌는 획기적 순간”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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